월별 글 목록: 2023년 2월월

십이국기: 백은의 언덕 검은 달

[세트] 백은의 언덕 검은 달 1~4 세트 – 전4권10점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외 옮김, 야마다 아키히로 일러스트/엘릭시르

2003년 십이국기를 처음 접하고 좀더 알고 싶어 책을 찾아보고 하던게 어제같은데, 그리고 단편집인 히쇼의 새가 겨우 번역되어 나온게 2015년, 그리고 8년의 기다림 끝에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국의 기린 타이키. 91년 외전격으로 나왔던 마성의 아이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타이키이니, 하나의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데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2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편에서 타이키의 어린 시절이 이야기되었죠. 기린으로 태어났으나 봉래로 흘러가 자라는 바람에 여러 기린과 왕들의 힘으로 구출되어 봉산으로 온게 10살 때, 그리고 리사이와 교소를 만나고 왕기가 어떤 것인지, 기린으로서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고 교소를 왕으로 선택하여 대국의 부흥을 위해 이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교소와 타이키의 실종으로 이번 편이 시작됩니다. 화적을 진압하기 위해 군을 움직이던 교소가 실종되고, 이어서 궁에 있던 타이키도 아센의 반역으로 뿔을 잃고 명식을 일으켜 다시 봉래로 돌아갑니다 (이 때의 이야기가 바로 처음 나온 마성의 아이). 경왕과 안왕의 협력으로 십이국으로 돌아온 타이키는 리사이와 함께 몰래 대국으로 귀국하고 교소를 찾아 헤매게 되죠. 이미 실종된지 6년이 지났지만 반역한 아센은 정사를 돌보지 않고 많은 신하들이 혼을 잃고 꼭두각시같아지는 병으로 나라는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황.

그러나 6년 전 당시 교소를 믿고 지켜온 군사들, 신하들, 그리고 교소의 은혜를 수십 년간 잊지 않고 지켜온 문주 철위 사람들의 희망 속에서 리사이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고, 타이키는 백성을 지키고자 궁에 들어가 아센에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교소가 갇혀있던 굴 속에서 탈출하고 리사이와 합류하여 안으로 건너가 지원군을 요청하고자 하지만 치열한 전투 중 아센에게 잡혀 죽음의 위기에 처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타이키와 리사이는 교소를 구출할 수 있을 것인지..

장장 네 권에 달하는 분량에 걸쳐 주인공들을 고생시키는 오노 후유미 님의 글솜씨는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네요. 그럼에도 타이키가 걱정되서 짬나는대로 한권씩 읽어나가는 가운데 사람들의 평이나 감상은 계속 올라오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한숨 푹 쉬고 대국은 참 고생 많았지만 이제 새롭게 일어나는데 백성과 신하, 기린과 왕 모두 고생한 만큼 모두의 지지를 받으며 열심히 나라를 일으켜 나가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았네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십이국기가 나올 때면 우리나라 현황이 겹쳐보일 때가 많아 무섭기까지 합니다. 교소를 질투해서 나라를 빼앗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전임자의 업적을 지우기에만 급급한 아센의 모습이라던지, 명령이 내려오면 그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시킨대로 영혼없이 실행만 하는 모습, 생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꼭두각시같은 사람들만 쓰고 버리는 모습 등등. 우리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교소와 타이키, 리사이같은 사람들의 힘으로 이런 시대를 극복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페라 마술피리

오랜만에 오페라를 가족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마술피리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로 유명한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파파게노&파파게나 듀엣도 있어 즐겁게 들을 수 있었네요. 전곡 감상도 오랜만인듯.

가족오페라라는 이름답게 중간중간 장면 해설도 해주고 독일어로 된 가사 해석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진행해서 더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물론 졸긴 했지만서두 ^^). 출연진은 오디션을 해서 뽑은 모양인데, 의외로 꽤 멋진 성악가들이 참여해서 감탄하면서 들었어요. 특히 밤의 여왕의 구민영 님이 멋지게 하이소프라노 곡을 들려주셨고, 파파게노 김원 & 파파게나 윤현정 님의 목소리도 좋았네요.

아이가 재미있었는지 다음 가족오페라 카르멘도 보고싶다고 하네요. 그때는 안자고 볼 수 있을지 한번 봐야겠네요.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

가족오페라 모짜르트
마술피리<희망>
2023.2.18(토)~19(일) 오후3시
성남아트리움대극장
02)2232-1148
1544-8117
주최 문화뱅트
주관 문화오페라반주연구소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 Plot, Cast, Crew, & Facts | Britannica

이제야 보게 된 고전. 빗속에서 진 켈리가 우산을 들고 노래하는 장면만 알고 있는 영화였는데, 의외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영화산업이 바뀌는 시대를 흥겹게 뮤지컬로 표현해낸 작품이었네요.

돈 락우드와 코스모 브라운은 어릴 때부터의 절친으로 밑바닥 슬랩스틱부터 시작해 스턴트를 거쳐 대배우가 된 인물(과 그 친구)입니다. 돈이 무명일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리나 라몽은 영화계에서 미모로 소문난 인기이지만, 돈이 인기를 얻으면서 마치 연인인양 포장하고 있지요. 사실 리나는 째지는 목소리라는 약점이 있지만 무성영화 시기이기에 그 약점이 가려지고 있었으나.. 시대는 유성영화로 넘어가면서 영화사는 인기 작품을 유성영화로 다시 찍는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돈은 우연히 캐시 셀든이라는 영화 지망생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첫 만남 이후로 찾을 수 없던 그녀와 다른 영화 촬영장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예전의 오해를 풀고 마음을 고백하면서 돈과 코스모, 캐시 세 사람은 망할 것 같은 유성영화 촬영을 어떻게 할 건가를 고민하게 되고, 리나의 목소리를 캐시가 대신하고 영화를 뮤지컬로 바꾼다는 아이디어를 추진하게 되죠.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리나는 자신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제작자를 협박하고 캐시를 영원한 카케무샤로 자기 목소리를 대신하는 역할을 계속하길 강요합니다. 그리고..

명작답게 스토리나 음악이나 흠잡을 데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우산쓰고 노래하는 장면은 아주 잠깐이고 그 밖에 코스모와 캐시와 함께 한 더 많은 주옥같은 노래와 영상들이 많이 있더군요. 지금까지도 다양한 곳에서 오마쥬/패러디되고 있는게 많아서 이게 여기서 나온거였어? 하는 느낌들이 계속계속. 즐거웠습니다.

덧1,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것도 최근 작품인 바빌론을 보기 위해서 이 영화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바빌론 보고 어떻게 연관이 있는건지 확인해보겠습니다 🙂

덧2, 캐시 역의 베티 데이비스가 바로 스타워즈 캐리 피셔의 어머니라는걸 나중에 알고 깜놀. 배우 집안이었군요.

KCO Mozart Project IX – 김유빈 협연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소식에 제일 앞자리를 냉큼 예매해버린 공연입니다. KCO는 말로만 들어봤는데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더구나 그것도 몇년에 걸쳐 해왔고 곧 마지막 날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대단한 끈기와 노력이다 싶었습니다. 박수를 보내고 싶었네요. 교향곡 9번, 12번, 29번, 39번을 들었는데 대략 10번 간격으로 네 곡을 들어보니 곡에 반영된 느낌이나 생생함, 원숙함 등이 다르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물론 모두 모차르트스러운 시대의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어 그 또한 매력적이었구요.

그 와중에 살짝 삽입된 플루트 협주곡이 김유빈 님의 차례. 교향곡만 계속 들으면 심심하니 살짝 기분전환을 위한 배려로 협주곡들이 매 공연마다 들어간건가 싶었습니다만, 저에게는 메인 곡이기에 즐겁게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김유빈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실제 연주를 들어보니 정말 좋더군요. 게다가 제일 앞이라 호흡, 악기 잡는 법, 손가락 자세,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연결 등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왜 김유빈 김유빈 하는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말이죠. 당장 지금 배우고 있는데 난관인 오른손 손가락 잡는 법부터가 달라서 한번 따라해봐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어 딱 좋을때 보러 온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한 곡으로 끝내기 아쉬웠는데 다행히 앵콜곡이 있었고,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생각도 못한 사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대성해서 좋은 음반도 많이 내주길, 그리고 꼭 올해 중 단독 리사이틀도 있었으면 하는 소망도 있네요. 기대하겠습니다.

*앵콜곡: J.S.Bach / Partita fur Flote solo,BWV 1013 : II. Courante

그리스인 이야기 3: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

그리스인 이야기 38점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살림

드디어 대망의 3권, 알렉산드로스입니다. 2권에서 아테네의 몰락과 스파르타의 패권 수립이 이어졌으나 워낙에 국내 안전보장만 중요시한 스파르타는 얼마 안되어 새롭게 재정비하고 전략을 혁신한 테베에게 패배하고 패권을 넘겨줍니다. 하지만 워낙 인력 풀이 작았던 테베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변방이었던 북방에서 필리포스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운 마케도니아가 중보병단 팔랑크스의 활약으로 그리스 전역을 지배하게 되죠.

그리고 등장한 알렉산드로스. 혼인동맹으로 필리포스와 결혼한 올림피아스로부터 얻은 아들로 18세 때 테베와의 전쟁에서 독자적으로 기병을 이용한 공략으로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견제를 받았으나 필리포스의 갑작스런 죽음(암살)으로 인해 순탄하게 왕위를 계승합니다. 스파르타의 신체적 교육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사상/문화적 교육을 받은 인재로, 함께 교육을 받아온 동료들과 함께 그리스 전역을 제패하기 위해 헬레스폰토스를 거쳐 시리아에서 다리우스의 페르시아를 1차로 격파하고, 이집트를 제패한 후 다시 티그리스/유프라테스에서 다시한번 다리우스를 패배시킵니다. 이어서 잔존 세력을 공격 혹은 통합하면서 인더스 강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까지 확보하네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지역의 바빌론/수사로 돌아오면서는 해안 및 해상으로 진로를 잡아 페르시아만을 따라가는 교역로를 확보했고, 이후 그리스 서쪽으로 다시 진군하고자 했으나 병사하면서 그 행군은 끝나게 되었네요.

어릴 적에는 그저 대단한 왕이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이 어떻게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전쟁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파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 확보도 하면서 병사와 국민들의 지지도 확보하고, 왕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치력도 갖출 수 있었는지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물론 어린시절부터 함께한 역량있는 동료들이 있었고, 원숙한 전대 필리포스의 가신들도 필리포스의 급사로 인해 자연스럽게 알렉산더 휘하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필리포스의 사망 전에 일찌감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보일 수 있었다는 여러 박자가 잘 맞았다는 것도 이런 업적을 가능하게 한 것 같습니다.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3부작이었지만, 생각보다 임팩트있고 강렬한 세 권이었다는 생각이네요. 시오노 나나미 여사도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집필은 손을 놓겠다고 하셨네요. 그 오랜 시간동안 그리스-로마 등 지중해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혹 놓친 작품이 있다면 다시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십자군 이야기를 다 읽었던가 읽다 말았던가.. 한번 다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