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3년 7월월

장화신은 고양이: The Last Wish

Puss in Boots: The Last Wish (2022) - IMDb

슈렉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제작된 장화신은 고양이 극장판입니다.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끝까지 봐버렸네요.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이 있다는데, 너무 용감한 나머지 여덟 개의 목숨을 써버린 고양이가 갑자기 겁쟁이가 되어 죽음을 피해 숨어들어간 보호소, 그곳에서 만난 강아지 페리토와, 의뢰를 맡기고자 쳐들어온 골디락스와 세 마리의 곰, 그리고 의뢰와 관련하여 경쟁하게 된 옛 연인 말랑손 키티와 쫓고 쫓기는 모험을 통해 마지막 소원을 빌 수 있는 별을 찾아가는 모험이 주요 스토리입니다. 아, 그 가운데 피노키오한테 밀려나 삐뚤어져버린 악당 빅 잭 호너가 있네요.

항상 패러디를 담아 온 슈렉 시리즈답게 여기에도 다양한 패러디가 나옵니다.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부터가 너무나 멋지게 비틀어버린 캐릭터들이고, 빅 잭 호너가 사용하는 물건들 또한 매드맥스 퓨리로드가 결합된 신데렐라 마차, 메리 포핀스의 무엇이든 들어가는 가방,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 앨리스의 Eat me 과자/음료, 마지막 순간의 터미네이터 엄지척까지. 보면서 계속 웃음지을 수 있는 유머가 가득하네요.

관통하는 주제 또한 꽤 괜찮게 묘사되었습니다. 한 줄기만이 아니라 빌런으로 나온 골디락스를 통해서도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통해 그렇게 용기있는 척 하면서 자신의 약점과 사랑을 인정하는 과정을, 정말 약하고 대책없어보이는 강아지 페리토를 통해서도 사랑과 충성의 힘을 보여주기도 해요. 덕분에 가족영화로도 꽤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스터를 보니 딱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었네요. 근데 소리소문 없이 쓱 지나가고 넷플릭스에서 보게된건 한국 특성이려나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꽤나 볼만한 드림웍스 애니였습니다 🙂

달빛 조각사

달빛 조각사 16점
남희성 지음/인타임

게임 판타지의 대표격인 작품인데 이제서야 찾아보게 되었네요. 온라인 게임의 고수인 주인공 이현(게임캐릭터명 위드)이 로열 로드라는 풀 다이브형 RPG를 시작하면서 고수로 성장해나가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스토리의 소설입니다. 색다른 점이라면, 성장에 유리한 전투계, 마법계도 아니고, 요리나 장사 같은 생업계 캐릭터도 아닌 조각사라는 예술계 캐릭터로 시작한다는 점인데요,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선택하지 않는 캐릭터에다가 스킬 트리 역시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이것저것 필요한대로 막 올리는 잡캐로 키워가면서 부족한 레벨은 노가다로 틀어막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매력있는 스토리였네요.

초반에는 어려운 캐릭터를 선택해서 스킬트리는 올리는 과정과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중반부터는 갖은 고생 끝에 주요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덤으로 북부대륙 도시 모레타를 발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대륙을 휩쓰는 어둠의 종교 엠비뉴 교단과의 대결을, 후반에는 중부대륙을 평정해나가는 라이벌 바드레이와의 대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독특하게 시간축을 넘나들면서 사막의 제왕이라든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운명을 극복하는 스토리도 외전처럼 끼어들기도 하는데 억지스럽기보다는 게임의 한 줄기로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물론 너무나 상상속의 게임 이야기로 전개된 터라 구멍은 많고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편향된 시선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의외로 정치경제적인 면에서는 핵심을 찝어내는 구석도 있어서 나름 타협하면서 볼 만한 스토리라인이기도 합니다. 너무 먼치킨같은 최강 캐릭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게임인걸요.. 그러려니 보면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ㅎㅎ

덕분에 몇 가지 연재소설을 내친김에 보고 있습니다만, 이만한 흡입력을 지닌 작품은 잘 없기는 하네요. 나름 즐거웠습니다 🙂

신카이 마코토 영화 음악 콘서트

스즈메의 문단속 & 너의 이름은 & 날씨의 아이 영화 음악 콘서트〉

아이가 스즈메와 날씨의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갑작스럽게 가게 된 공연이었습니다. 1부는 너의 이름은날씨의 아이 음악을, 2부는 스즈메의 문단속에 담긴 음악들을 교향악단과 합창단, 전자악기와 오르간, 피아노까지 동원한 대규모 편성으로 연주회 주는 꽤나 큰 규모의 연주회였어요.

너의 이름은은 본지 너무 오래되어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날씨의 아이는 중간중간 익숙한 멜로디가 나와 조금 들을만 했다는 느낌. 본격적인 연주는 2부 – 미미즈가 등장하는 순간의 긴장된 느낌을 강렬한 전자음과 합창단의 소리, 그리고 드럼과 팀파니가 두드리는 타악기의 느낌이 훨씬 생동감있는 음악을 들려주어 꽤나 멋졌습니다. 마지막 곡으로 보컬이 부르는 스즈메의 문단속 주제곡 또한 원래의 느낌과 정말 비슷한 분으로 섭외했는지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네요.  

다만 전체적으로는 너무 길었다는 느낌. 좀더 핵심적인 곡만 뽑아내서 영상과 함께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디즈니처럼 영상과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은 있지만서도 사실 저작권 등 이슈 때문에 원곡을 연주하는 것 자체도 복잡한 과정이었을 터인지라 쉽지 않을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아쉽긴 하네요 ^^ 거의 잊고 있던 너의 이름은이나 다시 보면서 멜로디를 되새겨볼까 하는 생각 중입니다.

김유빈 플루트 리사이틀 – Coronation

예스24 티켓 / 김유빈 플루트 리사이틀 `Coronation`

김유빈 님의 단독 리사이틀이 잡혀 급하게 보러 갔습니다. 계속 교향악단과의 협연은 수 차례 있었는데 단독 리사이틀은 정말 처음 가보는거였네요. 음악당 내 인춘아트홀은 처음 가봤는데 상당히 아늑한 공간이라 좋았어요.

주제는 바로크 음악. 바흐 부자의 곡들과 헨델, 메시앙 등의 곡이라 익숙하지 않은 선곡이었습니다. 처음 세 곡은 쳄발로와 함께 연주하는 협주였고, 두 곡은 무반주 플루트 곡이었어요. 중간 쉬는 시간에 잠시 인터뷰가 있었는데, 이번 연주회가 ARD 콩쿠르 1위 기념이라는 것, 팬데믹 중 이미 베를린 종신수석이라 프로의 자리에 있음에도 본인에게 도전하는 의미로 콩쿠르 출전했다는 것, 개인적으로 바로크 음악에 관심이 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플루트의 연주곡이 상당히 적어 레퍼토리에 제한이 있고, 그래서 바로크 시대 플루트의 전신인 트라베소 대상으로 쓰여진 곡들을 찾고 공부하고 있다고, 트라베소는 운지법이 플루트와 달라 당시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게 우든 플루트로 연주한다는 점 등을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셨네요. 꽤 신선한 내용이었어요.

우연히 당일 저녁에 유퀴즈 장한나편을 봤는데, 장한나씨도 첼로를 연주하면서 레퍼토리가 한정되어 있다는 고민을 하다가 더 넓은 음악세계를 볼 수 있는 지휘자로 전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확실히 현대의 연주가들에게 레퍼토리란 것은 중요한 영역인듯. 플루트에서도 새롭고 흥미로운 곡을 좀더 많이 듣고 익숙해지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주회 후에는 예상치 않게 출연진 입구 앞에서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도 받긴 했어도 한번 더 받는 것도 좋았네요. 앞으로도 좋은 연주 많이 해주시고 좀더 친근한 곡을 연주해주셨으면, 혹은 연주하시는 곡이 더 친근해질 수 있도록 음반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희망이 있네요 🙂

[프로그램]
–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 플루트와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사장조, Wq. 133 ‘함부르크 소나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플루트와 쳄발로를 위한 트리오 소나타 사장조, BWV 525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플루트와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사장조, HWV 363b
(인터뷰)
–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 플루트 솔로를 위한 12개의 환상곡 중
: 환상곡 제1번 가장조, TWV 40:2
: 환상곡 제2번 가단조, TWV 40:3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플루트 솔로를 위한 파르티타 가단조, BWV 1013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알립니다]'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동아일보

지난 합스부르크전에 이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소문난 기획전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많은 미술관에 비해 내셔널갤러리는 유명한 작품이 좀 적고 잔잔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한국에 오면서 큐레이션된 내용으로 접하니 새로운 작품을 접하고 알게 되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네요.

단순한 종교화에서 사람 중심의 표현을 다듬고 좀더 대상의 감정과 느낌을 드러나게 하는 작품이 쏟아지는 시기, 곧 바로크나 로코코 쯤의 작품이 많이 온 것 같아요. 물론 그 전후의 작품들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인물화들. 그래서 위의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이 너무나 예뻐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 같고, 그 외에도 반 다이크, 들라크루아, 고야 등의 초상화도 좋았구요. 여기에 그림의 보급으로 사람들이 벽에 걸었던 풍경화나 알레고리 등의 민화풍의 그림도 재밌었습니다. 아쉽게도 터너의 작품은 좀 적었지만 콘스타블의 시원한 풍경을 보는 것도 간만이라 좋았어요. 예전 영국 여행 때 내셔널 갤러리를 둘러보던 느낌이 나더군요.

요즘은 영상 활용도 많아져서 좀더 즐거운 관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2~3분 정도의 짦은 영상으로 액자 제작이라든지 그림 복원, 주제의 변화, 갤러리의 역사 등을 설명해주는 공간이 중간중간 있어서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 설명이 하단 바닥에 놓여져서 읽기 힘들었던 점. 사람들에게 가려지는 자리에 놓아두는건 영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소소하게 즐거운 관람이었습니다 🙂

 

날씨의 아이

날씨의 아이 - 나무위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스즈메의 문단속을 인상깊게 본 아이가 보고싶다고 해서 마침 넷플릭스에 있길래 함께 봤네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다운 구름 사이로 쏟아져내려오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 거기에 언어의 정원에서 돋보인 물과 비의 표현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작품이었어요.

집에서 도망쳐나와 도쿄로 무작정 올라온 소년 호다카, 그리고 우연히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소녀가장 히나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호다카는 도쿄로 오는 배 안에서 만난 오컬트 기사 기고가 스가의 회사에서 알바를 하게 되고, 그 가운데 날씨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신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돼요. 도쿄가 이상기후로 계속 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호다카는 히나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중요한 (하지만 소소한) 이벤트가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동안 맑은 날씨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히나는 점점 몸이 투명해지며 결국 폭풍우가 쏟아지는 날 사라집니다. 날씨의 요정들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이죠. 호다카는 그때까지 들은 정보를 가지고 히나가 처음 능력을 얻은 폐건물의 옥상으로 달려가 히나를 구해오려 합니다. 하지만 가출한 호다카를 잡으려는 경찰, 골치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스가에게 붙잡힐 뻔 하지만 간신히 탈출해 히나가 있는 구름 위로 올라가는데 성공합니다.

줄거리만 보면 천공의 섬 라퓨타 같은 환타지 이야기 같지만 일본의 어두운 면모가 은근히 많이 반영되어 있어 씁쓸한 느낌이 좀 있어요. 가정폭력, 불법총기, 폭력사건, 불법알바 등등.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밝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좋았던 작품입니다. 그렇게 싫어하는 집이지만 보호관찰 속에서 독립하는 날까지 참고 노력한 호다카, 남매 둘이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히나의 모습이 마지막에 비치는 것은 그런 감독의 희망이 담긴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다음에는 너의 이름은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느낌을 계속 가져가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