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만의 귀향 – 일본에서 귀향한 조선 그림展

사용자 삽입 이미지햇빛 좋은 토요일, 겨우내 집안에서 지낸 화분도 테라스로 옮기고, 소파와 침대 아래까지 쓱싹쓱싹 깔끔하게 청소도 하고 시원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며칠 전 KBS 한밤의 문화산책에서 본 ‘일본에서 귀향한 우리 그림展’을 보려구요. 정말 간만에 안국역을 거쳐 삼청동 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근 2년만에 삼청동길을 걸은것 같은데 그 사이에 많이도 변했더라구요. 간판도 바뀌고 가게도 바뀌고, 사람도 바글바글 많아졌더군요.
학고재는 그 사이에서 조용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에 두 가지 주제 – 중국의 옛 이야기를 묘사한 고사도(故事圖), 호랑이와 까치 등 옛 사람들에게 친근한 동물을 그린 동물화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고려 말엽부터 조선시대 전 시기에 걸쳐 이루어진 교류와 침략, 이주 등으로 일본에서도 많은 조선 문인, 화가의 작품이 남아있게 되었고, 그 일부를 학고재에서 모아온 모양입니다. 대작은 아닐지라도, 문인들이 방에 걸어놓고 즐겼을 만한 그림들을 보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네요.
특히 붓을 쓱,싹 시원하게 놀려가며 그린 듯한 백로의 모습과 날아오르는 기러기를 그린 작품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학고재 사이트에서는 보이질 않네요. 그 외에도 오래된 15세기의 방목도라든지 말을 씻기는 모습을 묘사한 류하세마도, 왕희지와 거위의 일화를 다룬 그림, 강세황의 단촐하지만 상큼한 산수도, 운재의 목동도 등도 좋았습니다.
학고재를 뒤로 하고 잠시 삼청동길을 걸은 후, 청수정에서 홍합밥 정식으로 조금 이른 식사를 했습니다. 길은 변했지만 단촐하면서도 맛있는 반찬이 다양하게 나오는 밥상이 정감있어서 좋았네요. 밥에 들어간 홍합이 좀 적다 싶긴 했지만 말이에요. 어느새 한국화가 정감있게 다가오게 되었는지, 편안한 감상에 맞는 편안한 식사, 좋은 주말 오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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