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grave

친구가 있었습니다. 브랜든 히트. 해리 맥도웰.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자유’를 꿈꾸는 두 청년. 해리는 힘과 높이를 꿈꾸며 ‘밀레니온’ 이란 이름의 조직에 들어가고, 브랜든은 조직의 보호를 받게 된 여자친구인 마리아를 지키고자, 그리고 해리와 함께 하고자 밀레니온의 일원이 됩니다.

시간이 흘러 해리는 밀레니온의 큰손으로, 브랜든은 최고의 스위퍼로 성장합니다. 마리아는 조직의 보스 빅 대디의 아내가 됩니다. 그래도 브랜든은 패밀리이기에, 그것이 자신의 신념이기에 그들을 지킵니다. 하지만 해리는 자유를 위해, 자신이 올라가기 위해 모두를 배신하고 밀레니온의 탑에 올라갑니다.

그레이브 - 브랜든 히트

시간이 흐르고, 해리는 빅 대디와 마리아를 암살하고 그들의 마지막 혈육인 미카마저 제거하려 합니다. 이 때 죽음을 뛰어넘어 네크로라이즈가 된 브랜든 히트가 돌아옵니다. 자신의 신념을, 패밀리를 지키기 위해. 비욘드 더 그레이브란 이름으로.

친구간의 우정,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대부같은 느낌의 패밀리에 대한 이야기. 게다가 액션과 호러까지 갖춘 대단한 설정의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인 그레이브와 블러디 해리 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는 있지만, 빅 대디, 쿠가시라 분지, 블러드버드 리 등의 주변 캐릭터 또한 자신만의 개성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쿠가시라 분지는 뒤늦게 등장하면서도 고독한 늑대같은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는군요.

해리 맥도웰 - 블러디 해리

신념이란게 과연 모든 것을 잃으면서까지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인가. 꿈을 위해 모든 것을 짓밟으면서 올라가야 하는가. 남자들의 세계란 그렇게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인가. 등등.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딱 부러지게 대답은 절대 주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답이란 없겠지만 그만큼 보고 난 뒤의 느낌이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남자의 애니’란 단어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면서도, 남자라고 해서 꼭 저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레이브에게.. 미카의 미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블러디 해리 – 해리 맥도웰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불안하기에 조금 더, 조금 더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에 자신을 내준 것이고, 그렇기에 더욱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어갔죠. 결국 그에게 있어 마지막에 기댈 곳은 자신을 죽이러 쫓아오는 그레이브 – 브랜든 히트 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곁에 있었던, 자신이 버렸던, 하지만 변하지 않았던 우정만이 마지막을 그와 함께 하게 되어버린 아이러니. 그렇기에 그레이브의 마지막은 서글펐지만 흐뭇하기도 한 그런 결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뒤늦게 본 작품이고 화풍이 개인적인 취향을 조금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그 무게감은 지금까지 본 작품 중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브랜든과 해리, 그 젊은 우정을 위하여..

1 thoughts on “Gungrave

  1. lunamoth

    말없는 주인공이라 많은 여백을 담아냈던것 같네요. 마지막 한 대사가 참 크더군요 “밀레니온이 아니라 해리 맥도웰을 선택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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