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3-03-2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 IMDb

간만의 마블(?) 시리즈. 상영 당시 극장에서 보지 못해 이제서야 감상을 했네요. 왠지 좀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어서 집어들었는데 순식간에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건 확실히 마블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전작에서 미스테리오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 피터 파커는 히어로를 살해한 악당이라는 오해를 받고 시간을 돌리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타임 스톤이 파괴되면서 시간을 돌리는 힘이 사라진 현실에서 최선은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라고 해서 마법을 준비하지만, 사고(혹은 수다)로 인해 평행세계가 깨지면서 타차원의 숙적들이 현재로 날아오게 되죠. 닥터 옥토퍼스부터 시작해 그린 고블린, 리저드, 샌드맨과 일렉트로까지.

닥터는 이들을 바로 소멸시키고자 하지만 피터는 그들의 회한을 채워주고 성불(?)시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다시 전투가 발생하고, 휘말린 숙모 메이가 생명을 잃습니다. 피터는 다른 차원에서 찾아온 다른 피터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과 힘을 합쳐 대항하는 멋진 장면이 펼쳐져요.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나올 때의 그 화끈함이라니! 그동안 계속 리부트가 이어진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한방에 정리하는 한 수였네요. 반가와라. 토비 맥과이어는 그동안 나이가 좀 드셨더만요.

세 명의 스파이더맨 덕분에 너무나 즐겁게 감상을 마친 한 편이었습니다. 커스틴 던스트와 엠마 스톤도 출연했으면 좋았으려만,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중구난방으로 펼쳐져 더 힘들었던 것 같긴 합니다. 이를 대신하려고 앤드류 가필드가 MJ(젠데이아)를 구하는 장면을 넣어줬는지도 모르겠어요. 비슷한 역할이라도 토비 맥과이어는 벤 삼촌의 마지막 장면을 대신하려는 듯 칼에 찔렸는데, 같은 성불을 위한 장면이라도 좀 억울할듯.

마지막 장면에서 네드와 MJ가 피터를 몰라보는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후속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네드가 차기 수프림 소서러가 되려나 싶기도. 아, 잘 만든 한 편의 마블이었습니다. 만족스럽네요.

덧, 쿠키 영상은 의외로 별로 재미가 없었네요. 첫번째 베놈 영상은 베놈 시리즈를 안봐서 이게 뭐야 싶었고.. 두번째는 어쩌다 보니 닥터 스트레인지 멀티버스를 먼저 본지라, 아 이거 본건데 하면서 그냥 반복학습. 뭔가 마지막 디저트를 뺏긴거같아 좀 아쉬웠어요.

구숙, 만복을 빌어요

구숙, 만복을 빌어요 - 로판 e북 - 리디

로맨스 소설의 흐름이 이제는 중국소설까지 확장되고 있네요. 근래 정언소설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여 살펴보니 중국의 로맨스 소설을 가리키는 호칭이더라구요. 그 가운데 작가/번역가 이수현님이 재미있다고 언급한 이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며칠만에 싹 완독했네요.

정씨 후작가 둘째 부인의 딸 쌍동이로 태어났으나 첫 부인의 양녀로 입양되어 두 어머니 사이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실리적이고 계산적으로 자라난 정유근. 쌍동이 동생 정유묵과 곽씨 후작가의 곽장연을 두고 갈등이 생기지만 (전생의 기억으로) 자신은 파혼을 하고 동생에게 부인 자리를 넘겨줍니다. 그 장면을 지켜본 배다른 숙부 정유경은 사실 할아버지가 몰래 보호한 행방불명중인 태자. 묘한 인연으로 둘은 계속 엮이면서 정유경은 유근의 연애전략을 방해하고 유근은 모르는 사이에 유경의 마음을 슬금슬금 가져가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리죠.

그리고 일어나는 일들, 과연 유근은 태자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인지, 태자는 권력을 휘두르는 양씨 가문의 위협을 뿌리치고 황위를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인지, 유근은 원하는대로 자신만의 장소 (권력과 사람 포함)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 등등의 이야기를 일곱 권에 걸쳐 풀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이 약간은 먼치킨스럽기도 하고 너무 사이다스럽기는 하지만 궁금증 때문이라도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네요.

생각보다 재미있는 작품이어서 심심할 때 추천 많이 되는 작품을 한두 권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

퀸즈 갬빗

The Queen's Gambit (TV Mini Series 2020) - IMDb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구독하게 된 김에 시작한 7편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뛰어난 학자, 특히 수학자였으나 그 반대급부로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에 이혼하고 자살한 엄마의 재능을 이어받은 엘리자베스 허먼. 고아원에서 우연히 지하에서 혼자 체스를 두던 관리인 샤이벨 씨에게서 체스를 배우며 재능을 드러내지만 당시 합법적이었던 안정제를 고아원에서 투약하면서 약에 중독됩니다. 다만 안정제를 먹었을 때 천장에서 체스 말이 움직이며 수를 두는 독특한 환상을 보곤 하죠. 잠자리에서 당구대가 천장에 보이거나 스타크래프트 전장이 펼쳐지는 경험을 한 분들이라면 동감할 장면이기도.

그런 후 약 중독 때문에 고아원에서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한 부부의 가정에 입양되고, (그 집에서도 양아버지가 집을 나가긴 하지만)  순위도 없이 출전한 지역 체스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양어머니의 인정을 받아 지역 체스 대회를 휩쓸며 상금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베스가 반하는 나이스가이 타운스와 만나기도 하고, 지역 강자 해리 / US 우승자 베니 등과 교류를 트기도 하죠. 하지만 새어머니가 급성 알콜 중독으로 사망하고 소련의 최강자 보르고프에게 철저하게 깨지면서 베스의 방황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 소련 원정 경기에서 베스는 마음을 다잡고 파죽지세로 결승에 오릅니다. 기자로 다시 나타나 베스를 지원하는 타운스, 결승전을 위해 그간의 서운함을 제쳐두고 마음을 모아 전략을 생각해주는 해리와 베니, 그리고 결정적 순간 약이나 술 없이도 떠오르는 천장의 체스 시뮬레이션을 통해 베스는 우승을 차지하고 소련의 대단한 선수들에게 인정받게 되죠. 마지막 장면, 단지 누군가의 뜻에 의해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스스로 획득하고 공원에서 (적국이지만) 체스를 즐기는 사람들과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베스가 훅 큰 것을 느끼게 되었네요.

베스의 화끈하고 공격적인 체스 플레이의 매력, 그 인물을 정말 매력적으로 표현해낸 안야 테일러조이의 연기, 차근차근 이런 인물의 일대기를 쌓아올린 연출의 매력과 시나리오 구성이 이런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체스가 벌어지는 장소들의 매력적인 1960년대 인테리어나 베스 허먼이 펼쳐보이는 의상도 볼만하구요. 하지만 그 마지막 한 편 만으로도 보석같은, 그러면서 7편짜리라 부담도 적은 좋은 드라마 작품이었어요. 추천드립니다 🙂

덧, 포스터에서 베스 앞의 체스판 위에 그냥 체스 말들만 있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술병과 약통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네요. 이런 센스쟁이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