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3-03-27

아토믹 블론드

영화 '아토믹 블론드', 미·영·프·독·러 최고의 스파이 한자리에… 샤를리즈 테론 미션 완수할까 < 영화 < 연예 < 기사본문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러브러브한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나니 생각없이 막 지나가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집어든 영화였는데, 생각외로 생각을 좀 해야하는 구성이었네요.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화끈하게 액션이 펼쳐진다는 점은 예상대로였던 영화. 샤를리즈 테론이 MI6 요원 로레인으로 나와 베를린 장벽 붕괴 시점에서 동서 베를린을 넘나들면서 여러 국가의 비밀요원 리스트가 담긴 시계를 확보하고자 조사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MI6의 현지 지부장인 퍼시벌은 그동안 쌓아온 커넥션을 기반으로 지원을 담당하지만 오랫동안 베를린에 있었던만큼 꿍꿍이가 있고, 마지막으로 시계를 확보했다고 알려진 KGB요원 바흐친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시계를 팔려고 합니다.

프랑스 요원인 델핀은 로레인이 마음에 들어 좋아서 쫓아다니고, KGB의 현지 수장인 브레모비치도 인원을 동원해 싸움을 거네요. 로레인은 리스트를 유출한 스파이글래스라는 요원을 보호하면서 베를린을 탈출하기 위해 동분서주 좌충우돌 싸움을 벌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스파이글래스는 총에 맞고 둘이 함께 탄 차가 강물에 빠지는 바람에 익사하고 로레인은 자신의 루트를 유출한 퍼시벌을 찾아 정의의 응징을 + 자신의 계략을 수행합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로레인이 작전 종료 후 MI6 상관과 CIA 요원 앞에서 상세 내용을 보고(혹은 심문당하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사실 본인의 이야기인만큼 로레인의 속셈은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게 되네요. 사실 그런 음모는 다 배경이고 진짜는 총과 칼, 주변에서 구하는 잡동사니 물건들과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한 요원들간의 격렬한 싸움을 구경하는 것이니 어쨌거나 화끈한 액션을 즐기는게 가장 중요하지만 말이지요.

감독 데이빗 리치는 존 윅의 감독이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애견의 복수에 나선 존 윅의 스토리와 액션이 한수 위라는 생각, 그래도 나름대로 즐길 만한 액션 영화라는 생각도 들고요. 뭔가 인상이 비슷하네 하고 생각했던 가이 리치 감독과는 R과 L의 차이가 있었네요 ㅎㅎ 신기해라. (David Leitch vs. Guy Ritchie)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 IMDb

제목을 많이 들어봤는데 어떤 영화인지 모르다가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얼른 감상했습니다. 시작부터 짐 케리가 나와 오잉 했는데, 의외로 슬랩스틱이 아니라 진지한 로맨스라 신선했네요. 히로인은 케이트 윈슬렛인데다가 조연으로 기억삭제 병원의 실무진들이 커스틴 던스트 / 마크 러팔로 / 일라이저 우드라니 화려한 라인업이 놀라왔네요.

우연히 회사를 땡땡이치고 반대편 기차로 간 몬톡이란 마을의 겨울 바닷가, 그곳에서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만납니다. 조금씩 호감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가운데 예전 조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의외로 두 사람은 과거에 연인이었던 사이. 몬톡에서 만나 함께 알콩달콩하게 살고 있었지만 갈등이 깊어지면서 클레멘타인이 기억 제거 서비스를 받겠다고 한 것. 조엘도 그러면 자기의 기억도 지워달라고 하고, 그날 밤 시술하러 스탠(마크 러팔로)과 패트릭(일라이저 우드), 그리고 메리(커스틴 던스트)까지 조엘의 집으로 와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들 대화 속에서 여러 사실이 밝혀집니다. 패트릭은 기억을 지우러 온 클레멘타인에게 반해 그녀의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접근해서 연인이 되어 있고, 스탠은 메리를 좋아하지만 메리는 기억 삭제술의 발명자인 유부남 하워드 박사를 흠모하죠. 기억이 삭제되면서 옛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는 가운데,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자료로 제공하지 않은 옛 기억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모든 기억이 사라지면서 클레멘타인에게 몬톡에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기억도 사라지는데.. 약속대로 첫 장면에서 몬톡으로 가게 된 것은 잠재의식의 발현이겠죠)

조엘과 메리의 기억을 탐험하는 장면을 화면에 담은 솜씨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지만, 의외로 클라이막스는 하워드 박사와 메리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어요. 강렬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키가 꽂히는 순간이랄까, 그 일로 인해 기억 상담 테이프가 클레멘타인에게 전달되고 – 그걸 둘이서 차에서 듣고 – 차에서 내렸다가 조엘의 집으로 가보니 조엘도 테이프를 듣고 – 둘이서 다시 이야기하는, 그런 순서로 마무리가 급 전개되니 말이죠. 아직도 생생, 얼떨떨, 오오오 시나리오의 힘이라는 느낌.

간만에 잔잔한 영화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짐 캐리의 연기도 참 좋았고 말이죠. 일라이저 우드는 천연덕스럽게 나쁜놈 연기를 잘 해내는군요. 커스틴 던스트도 너무 좋아요 ㅎㅎ. 잘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미셸 공드리 영화는 처음이었네요.

덧, 포스터 얼음위에 누워있는 배경인 찰스강, 보스턴의 그 찰스강인가보네요. 아 다시 가보고 싶네요.